성장클리닉

아이 키 성장, 부모님이 흔히 믿는 5가지 오해

아이 키에 관해서는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우유를 많이 먹여야 한다, 줄넘기를 시켜야 한다, 일찍 크면 나중에도 크다는 말까지, 부모님 마음이 급해질수록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입니다.

먼저 기본부터 말씀드리면, 아이의 키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의 영향이 큽니다. 실제로 키가 작은 아이들 가운데 가장 흔한 경우는 부모나 가족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입니다.[3] 다만 성장판이 열려 있는 동안의 수면, 영양, 운동, 그리고 몸 전체의 건강 상태는 아이가 물려받은 가능성을 충분히 채우느냐를 좌우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해 줄까'보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없는지' 를 먼저 짚어 보는 일입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다섯 가지 오해를 하나씩 살펴보고, 한의학이 아이의 성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오해 1. 우유를 많이 마시면 키가 큰다

우유와 유제품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D처럼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실제로 평소 식사에 유제품을 더했을 때 뼈에 쌓이는 무기질의 양은 뚜렷하게 늘어났습니다.[6] 튼튼한 뼈를 만드는 데 유제품이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유제품을 더 먹는 것이 키 자체를 더 크게 한다는 근거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6] 뼈가 단단해지는 것과 뼈가 길어지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유만 억지로 많이 먹이기보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이 성장에는 더 중요합니다.

오히려 좋다는 음식을 과하게 먹여 살이 찌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소아 비만은 뒤에서 설명할 성조숙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5]

오해 2. 또래보다 빨리 크면 최종 키도 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반에서 키가 가장 컸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서는 평범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춘기가 너무 일찍 시작되는 성조숙증에서는 이런 일이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성장이 빨리 진행되는 대신 성장판도 일찍 닫혀, 최종 성인 키는 오히려 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5]

성조숙증은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하거나,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경우를 말합니다.[5] 부모님이 아래와 같은 변화를 알아차렸다면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5]

  • 만 8세 이전 여아의 가슴 멍울, 만 9세 이전 남아의 고환 크기 변화
  • 갑자기 키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잘 자라는 경우
  • 두피에 기름이 많이 끼거나 몸에서 어른 같은 체취가 나는 경우
  • 비만이 있거나, 부모·친척 중에 사춘기가 일찍 온 사람이 있는 경우

오해 3. 성장호르몬은 밤에만 나오니 낮 생활은 상관없다

성장호르몬은 이른 밤 깊이 잠들었을 때 왕성하게 분비됩니다. 그런데 어린이는 어른과 달리 낮 시간에도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됩니다.[4] 밤잠만 신경 쓰면 된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는 셈입니다.

성장호르몬은 유년기 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사춘기에 가장 많이 나오고, 성인이 된 뒤에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집니다.[4] 결국 성장기 전체에 걸쳐 잘 자고, 잘 먹고, 낮에 충분히 움직이는 생활이 모두 맞물려야 합니다.

특히 깊은 잠이 중요한 만큼,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몰두하는 습관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규칙적인 시간에 편안하게 잠드는 것이 깊은 잠에 들기에 유리합니다.

오해 4. 줄넘기 하나만 열심히 하면 키가 큰다

줄넘기가 나쁜 운동은 아니지만, 특정 운동 하나로 키가 더 자란다는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성장기에 필요한 것은 한 가지 운동을 오래 하는 것보다 다양한 활동을 매일 충분히 하는 것입니다.

5~17세 아이와 청소년은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활동을 하루 평균 60분 이상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7] 여기에 뛰기처럼 강도 높은 운동과 근육·뼈를 튼튼하게 하는 활동을 일주일에 3일 이상 포함하고, 앉아서 화면을 보는 시간은 줄이도록 합니다.[7] 활동량이 많고 강도가 높을수록 뼈 건강을 비롯한 여러 건강 지표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7]

줄넘기, 달리기, 농구, 자전거처럼 아이가 즐겁게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을 여러 가지 섞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억지로 시키는 운동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오해 5. 키가 작아도 크면서 저절로 따라잡는다

같은 나이, 같은 성별 아이 100명 가운데 앞에서 3번째 안에 들 만큼 작으면 저신장으로 봅니다.[3] 저신장 중에는 뼈의 성장이 나이보다 느려서 늦게 자라다가 어른이 되면 정상 범위에 이르는 체질성 성장 지연도 있습니다.[3] 이런 경우라면 '늦게 큰다'는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신장의 약 20%는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 결핍, 만성 질환 같은 병적인 원인에서 옵니다.[3] 이런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장판이 닫힌 뒤에는 치료를 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3] 기다려도 되는 아이인지, 확인이 필요한 아이인지를 먼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가리는 데는 왼손과 손목을 X선으로 촬영해 뼈의 성숙도를 보는 골연령 검사가 기본이 되고, 필요하면 호르몬 검사와 혈액 검사를 함께 합니다.[3]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앞서거나 늦은지를 보면, 남은 성장 기간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의학에서 보는 아이 성장의 두 뿌리, 신(腎)과 비(脾)

한의학에는 성장장애라는 병명이 따로 없지만, 걷기·말하기 등이 늦는 오지(五遲), 몸이 무르고 힘이 없는 오연(五軟), 잘 먹지 못하고 마르는 감증(疳證) 같은 병증을 통해 아이의 성장 문제를 다뤄 왔습니다.[1] 그리고 그 원인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봅니다.

하나는 '신위선천지본(腎爲先天之本)', 곧 타고난 바탕을 맡는 신(腎)입니다. 신은 뼈를 주관하고 골수를 만들어 성장을 이끄는데, 신의 기운이 약하면 뼈의 생성이 더뎌 키가 작아진다고 보았습니다.[1] 다른 하나는 '비위후천지본(脾爲後天之本)', 곧 태어난 뒤 먹고 소화해 몸을 기르는 비(脾)입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은 비가 음식을 소화·흡수해 기혈을 만드는 힘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1]

그래서 한의학의 성장 치료는 키만 보지 않고 아이의 몸 전체를 봅니다. 입이 짧고 소화가 약한 아이라면 비위를 도와 식욕을 살리고, 타고난 바탕이 약한 아이라면 신을 보하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1] 실제 임상에서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등이 자주 쓰였습니다.[1]

한방 성장 치료의 근거는 어디까지 확인되었을까

국내 한의학 성장 치료 임상연구 19편(아이 1,325명)을 모아 보면, 대부분에서 성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고 그중 90.5%가 한약 치료였습니다.[1] 다만 19편 가운데 18편이 증례 연구여서, 효과를 확실히 판단하려면 더 엄밀한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는 한계도 분명합니다.[1]

무작위 대조 연구만 모은 분석에서는 특발성 저신장 아이 569명에서 한약을 복용한 쪽의 키와 성장 속도, 성장과 관련된 호르몬(IGF-1)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2] 이 역시 포함된 연구의 수와 질이 제한적이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단계입니다.[2]

안전성 면에서는 한 연구에서 165명 중 5명이 가벼운 복통이나 설사를, 2명이 피부 발진을 보였습니다.[1] 한약도 아이의 체질과 상태를 살펴 처방하고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럴 때는 성장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오해를 걷어 내고 나면 남는 원칙은 단순합니다. 골고루 먹고, 깊이 자고, 매일 충분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여기에 아래와 같은 경우라면 기다리기보다 성장 상태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 같은 나이·성별 또래 100명 중 앞에서 3번째 안에 들 만큼 작은 경우
  • 해마다 반에서 앞자리로 점점 밀려나는 등 또래와 키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
  • 여아 만 8세, 남아 만 9세 이전에 사춘기 변화가 보이는 경우
  • 식욕이 없고 자주 체하거나, 잔병치레가 잦아 체중도 잘 늘지 않는 경우

성장은 기다려 주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동안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생활 습관을 바로잡고,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는 것이 아이가 물려받은 가능성을 온전히 채우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장판이 닫혔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겉으로는 알기 어렵고, 보통 왼손과 손목을 X선으로 촬영해 뼈 나이와 성장판 상태를 확인합니다. 같은 나이라도 아이마다 뼈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키가 걱정된다면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우유 대신 무엇을 챙겨 먹이면 좋을까요?
A. 특정 음식 하나보다 단백질이 들어 있는 고기·생선·달걀·콩, 칼슘이 풍부한 유제품과 채소를 끼니마다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식이나 음료로 열량만 늘어나 살이 찌지 않도록 양을 조절해 주세요.
Q.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것도 키 크는 데 영향이 있나요?
A. 화면을 보는 시간 자체가 키를 줄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줄고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잠들기 직전의 스마트폰 사용은 깊은 잠을 방해할 수 있으니 잠자리에서는 멀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문헌 · 출처

  1. 학술 문헌 소아 성장에 대한 한의학 치료: 국내 임상연구에 대한 문헌적 고찰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대한한방소아과학회지 · 2021
  2. 학술 문헌 Chinese herbal medicine for children with idiopathic short stature (IS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ubMed (NCBI) · PLoS One · 2022
  3. 참고 자료 저신장(Short stature)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4. 참고 자료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
    서울아산병원 인체정보
  5. 참고 자료 성조숙증 [Precocious puberty]
    세브란스병원
  6. 학술 문헌 Effects of Dairy Product Consumption on Height and Bone Mineral Content in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of Controlled Trials
    PubMed (NCBI) · Advances in Nutrition · 2019
  7. 임상 가이드라인 2020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for children and adolescents aged 5-17 years: summary of the evidence
    WHO (세계보건기구) ·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 · 2020

건강칼럼 목록